"당분간은 사랑하지 않을래요."

3년간 미국 디자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방송인 겸 쇼핑몰 CEO 김준희(35)가 입을 열었다.
미국 LA서 디자인스쿨(FIDM)을 졸업하고 지난달 말 귀국한 그는 2008년 3월
지누션과의 이혼을 묻는 질문에도 "오래된 일인데요,
뭐. 당장은 너무 바빠서 다른 생각할 틈도 없어요"라며 쿨하게 대답한다.
단순한 쇼핑몰 CEO가 아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라 밝히는
35세 김준희가 내미는 명함에는 벌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대체 미국 유학은 언제 갔다 왔나.

"2008년 8월에 가서 2011년 3월23일에 귀국했다. 오자마자 하루도 못쉬고 일하고 있다."

-참 겁도 없다.

"당시 운영 중이었던 에바주니 인터넷 쇼핑몰이 연매출 100억원대를 찍고 있었다.
그걸 뒤로 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니 다들 말렸다.
하지만 단순한 쇼핑몰 CEO가 아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잠시도 망설일 수 없었다."

-굳이 힘든 길을 택한 이유가 있나.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니 2% 부족한 면이 스스로 보였다.
디자인을 이렇게 하면 좋을텐데, 이걸 이렇게 고치면 좋을텐데 지시를 하면서도
내가 알아야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 김에 확실히 공부를 하고 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연예인도 매력적인 직업 아닌가.

"연예인으로 18년을 살았다. 하지만 한번도 톱이었던 적이 없다.
사실 그걸 간절히 원하지도 않았던 거 같다.
우연히 이 길에 들어와 그냥저냥 연예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디자인은 달랐다.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이었고 내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그대로 묻히게 만들 수는 없었다."

-3년간의 유학생활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다시 하라 그럼 죽어버릴거다. 미국인들 눈에는 그저 작고 존재감 없는
아시아 꼬마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 때 좋은 성과를 보이니 그때부터
잘 해주더라. 미국은 못하면 무시당하고 잘하면 대우받는 철저히 실력 중심인 곳이다.
GPA 4.0 만점에 3.8로 우등상 받으면서 졸업했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존재감이 없다는 외로움? 무시받는 데서 오는 자괴감?
처음 1년은 정신없이 보내 아무것도 몰랐다. 오히려 2년째가 되니 정말 괴로웠다.
오죽하면 강아지랑 얘기하고 놀았을까. 불면증에 수면제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면제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들을 보니 정말 내가 이러다 외딴 곳에서 객사하는게
아닐까 겁나더라. 그래서 수면제를 끊고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한잔이 두잔되고 두잔이 세잔되고 그러다 하루에 한병까지 마시게 됐다.
이것 역시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더라. 지금은 와인도 끊고 수면제도 끊었다.
한국에 오니 마음이 안정된다."

-2008년 3월에 지누와 이혼한 것도 유학길에 오르게 된 큰 이유가 아니었나.

"사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나를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감도 느꼈다.

-이젠 새로운 사랑을 해도 되지 않나.

"아직은… 때가 아닌거 같다. 그렇다고 죽어도 결혼을 다시 하지 않겠다
이런 얘기는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

-디자이너 명함을 갖고 돌아온 만큼 에바주니 쇼핑몰은 뭐가 달라지나.

"그동안 20%정도가 자체 제작 디자인이었고 80%가 바잉이었다.
앞으로 자체제작 비율을 늘릴 생각이다. 또 에바주니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가격대는 지금보다 살짝 높아지겠지만 퀄리티는 훨씬 좋아질 거다.
소비자들이 소장가치를 느끼고 살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강의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3년 동안이나 한국을 비웠는데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배운 지식과 감각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겠다."

3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준희는
"앞으로 쇼핑몰 CEO뿐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